민중의소리
발행 2016-09-28 07:16:30
수정 2016-09-28 07: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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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누구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생각을 실천하는 데서는 금도가 있다. 인류의 역사가 전진해 오면서 확실해진 것은 잔인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때로 폭력을 사용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강제하기도 하지만 그 수단이 지나쳐서는 안된다는 데 인류는 합의를 이뤄왔다. 봉건시대까지 횡행했던 여러 처벌 형태가 지금은 금지되고, 고문이나 사형처럼 극단적인 행위가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어서는 안되며 심지어 전쟁에서도 지켜야 할 원칙이 생겨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잔인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구별도 어렵지 않다. 스스로 거리낌이 있는지를 물어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고 백남기 선생의 죽음 앞에서 이 정권이 행하는 일들이란 참으로 잔인하여, 우리가 똑같은 '사람'임을 개탄하게 만든다.
경찰은 며칠째 백 선생의 유해를 부검할 것인가 아닌가를 놓고 법원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백 선생의 죽음이 공권력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3백일이 넘게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기관에서 온갖 처치를 받은 분이니 의학적으로도 어떤 궁금한 점이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도 검경은 한 번 법원이 기각한 부검 영장을 어떻게든 받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굳이 추측해보자면 경찰은 자신의 행위를 사망에 이르는 요인 중의 하나쯤으로 떨어뜨리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해 두어야 조만간 닥쳐올 사건의 수사 발표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빠져나갈 구멍이 생길 것이라고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욕심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야말로 잔인하다.
고 백남기 선생의 가족들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누구라도, 설령 그 자신이 경찰의 일원이라고 해도 혈육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가족의 시신을 넘겨주고 싶겠는가? 이건 법문에서 거론되는 필요성이나 상당성의 소명을 뛰어넘어 법의 뿌리에 자리한 인간의 도리일 뿐이다.
검찰의 태도, 정권의 모습도 그렇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8일 백 선생의 가족들이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제4기동단장 등 7명에 대해 살인미수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지금껏 아무런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경찰이 올린 부검 영장이 마치 이번 사건 수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그 무엇이나 되는 양 동조하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물 대포를 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 경찰의 잔인함이 차라리 뻔뻔한 것이라면, 검찰의 행태는 너무 비열하여 상종하기도 싫을 정도다. 이 모든 참담함의 뿌리에 현 정권이 있다는 건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참으로 잔인한 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