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등은 29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컵라면을 나눠주면 자원봉사에 나섰다.ⓒ민중의소리
세월호 유가족 10여명도 장례식장을 찾아 백 농민을 지키는 시민들에게 라면, 떡볶이 등의 간식을 나눠주며 위로했다. 세월호 유가족 ‘영석 엄마’ 권미화 씨는 “이 정부가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남겨진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백 농민)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집회뿐만 아니라 ‘위안부’ 집회, 국정교과서 문제 등 이 정권이 국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렇게 나와준 사람들에게 정말 고맙고, 꼭 함께 힘을 합쳐서 ‘살인 정권’을 심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 대책위 등은 지난 달 더민주당사 점거 농성을 함께 진행했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2월 진행된 ‘백남기 도보순례’에 함께하기도 했다.

29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법원의 부검영장 발부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백남기 농민 사태 특검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밤늦게까지도 조문행렬은 이어졌다. 부검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았다는 회사원 박모(39)씨는 “출퇴근길에 서울대병원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함께 하지 못해서 죄책감이 들었다”면서 “이렇게라도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백남기투쟁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현재까지 빈소를 찾은 조문객 수가 8700여명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백 농민의 유족과 시민단체들이 백 농민의 부검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부검 영장 발부 후 백남기 농민의 둘째 딸 백민주화 씨는 “두 번째 부검 영장도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면서 “막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아버지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10월 25일까지 유효기간의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시간을 가지고 유가족과 부검 집행에 대해 협의를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유가족 등이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부검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강제 집행을 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막기 위한 시민들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법원의 영장 발부 후 경찰의 강제 집행에 대비해 최대한 많은 인원의 결집을 호소했고, 29일 오전 현재 5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장례식장 인근에서 백남기 농민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29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노숙 농성을 벌였다.ⓒ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