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그리고 최순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셋 사이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승마다. 삼성그룹은 승마 종목에 가장 많은 지원을 했던 기업이고,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이 승마 선수다. 그리고 최순실 씨의 딸 정유연 양 역시 승마선수다. 승마로 공통점이 있는 셋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많은 특혜를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은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지분 다툼으로 인해 경영권을 잃을뻔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지원을 받아 경영권을 지켜냈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 및 화학 업체를 넘겨받아 그룹 외형을 키웠다. 뿐만 아니라 배임 혐의로 재판받던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도 최순실의 이름이 회자됐다. 그리고 최순실 씨의 딸 정 씨는 두 회사로부터 승마와 관련한 각종 혜택을 입었다. 재계에서는 최 씨가 두 회사간 인수 합병 과정 그리고 김 회장의 사면 과정에 최 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 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과 한화 그리고 최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의혹과 배경을 <선데이저널>이 짚어 보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최순실 씨의 딸 정유연 양은 고3이던 지난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종목에 진출해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정 씨와 함께 단체전에 출전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셋째 아들 동선 씨였다.(사진 참조) 국가별로 4명까지 출전해 상위 3명의 성적을 합산하는 방식인 단체전에서, 그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단체전의 한국팀 내 1위는 ‘에이스’로 불리는 황영식, 2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이었다. 두 사람은 개인전에서도 1, 2위를 차지해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개인전 결선엔 국가별로 상위 2명씩만 출전할 수 있어, 두 사람에게 밀린 정 선수는 나가지 못했다. 물론 정씨가 한화로부터 눈에 띄는 특혜를 받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한화그룹이 승마협회를 지원하면서 정씨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특히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한화그룹에도 승마협회 관련 보고서가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삼성·한화 승마 간접 지원
특히 최 씨의 승마계 측근으로 알려진 박 모 씨가 한화그룹을 승마계로 끌어들인 것은 승마계에서는 이미 정설로 통하고 있다. 박씨는 2012년 2월 대한승마협회 새 회장을 선출하는 대의원총회 직전 한 시도승마협회 관계자를 찾아가 “나는 한화에서 알아서 해줄 거다. 한화그룹 셋째 아들(김승연 회장 3남 김동선·승마 국가대표)을 대한승마협회장과 아시아승마연맹 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까지 만들려고 한다”며 도움을 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박씨를 매개로 정씨와 한화그룹 간 묘한 연결고리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박 씨가 한화그룹으로부터 월급과 차량을 지원받는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승마는 재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상류계층 스포츠다. 정유연 양이 어떠한 재력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당시 그에게는 5마리나 말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승마 관련해 독일 유학도 다녀왔다. 최 씨가 독일에 연고가 있어서인지 모르겠으나 그에게 막대한 지원이 있었다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정 씨의 승마 활동과 관련한 눈에 띄는 주장이 있었다.
2월10일 스페인 스포츠신문 ‘톱이베리안(topiberian)’은 ‘모르간 바르반콘(스페인의 그랑프리 기수)이 삼성 승마팀에 비타나V를 팔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인 ‘삼성팀’에서 구입한 이 말(비타나V)은 우선 한국으로 향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김균섭, 황영식, 정유연, 김동선
이 매체는 “바르반콘(스페인의 그랑프리 기수)은 자신의 코치이자 말 중개인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랜드를 통해 갑작스럽게 자신의 최고 그랑프리 우승마인 비타나V를 한국에 팔았다. 비타나V는 앞으로 한국팀의 ‘유라 정’이 탈 예정이다. 삼성팀이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한 훈련기지로 삼기 위해 최근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질링거 경기장을 구입함에 따라 한국도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의 딸 정씨는 올 초 이름을 ‘정유연’에서 ‘정유라’로 바꾸고 외국에서는 유라 정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은 과거 승마 선수단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해체하고 ‘재활 승마’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고 있다. 정씨를 단원으로 두지도 않고 승마 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지 않은 삼성이 왜 독일에 승마장을 마련했는지 그 배경이 주목된다. 말(비타나V)을 구입한 주체가 최씨 모녀인지 삼성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승마협회 관계자 ㄱ씨는 “비타나V의 값이 3억~5억원 정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치진 비용까지 삼성이 부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씨의 승마 연수를 위해 삼성이 발 벗고 나선 정황으로 해석된다. 정씨는 이 말을 타고 5월20일과 21일, 6월19일 독일 등지에서 열린 국제마술연맹(FEI) 마장마술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정 씨가 이 말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삼성이 정씨를 후원한다는 말은 정권 초부터 승마업계에서는 파다했던 소문이다. 삼성 측은 이런 소문을 꾸준하게 부인해왔으나, 해외매체의 보도로 인해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최씨의 딸과 승마로 맺어진 두 기업은 박근혜 정부에서 많은 특혜를 받았다. 삼성이야 거의 모든 정부에서 특혜를 받아왔지만, 이 정부에서는 유독 정부 측의 힘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며 철창행을 면했다. 당시 김 회장의 사면가능성은 희박했다. 김 회장은 대법에서 파기환송됐고 고법에 가서 집행유례를 받았다.
한화는 삼성그룹의 방산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부풀렸다. 정부의 승인없이는 불가능한 딜이었으나 정부가 전격적으로 승인했다. 삼성그룹도 이 빅딜로 이익을 봤다.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빅딜로 인해 자금에 숨통이 트였다. 더 큰 특혜는 삼성그룹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을 때 연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을 지켰다. 당시 연기금이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삼성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 많았으나 연기금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지키는 판단을 했다.
삼성 한화 지원은 우연의 일치?
왜 뒤늦게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그리고 정권실세로 불리는 최 씨의 관계에 대해서 본지가 주목하는 것일까. 최 씨가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 과정, 그리고 한화 김승연 회장의 집유 판결 과정에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또 다시 정권 핵심부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한화의 김승연 회장.
최 씨의 미르-k스포츠 재단 개입 의혹이 흘러나올 때와 비슷한 흐름이다. 사실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권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기업들이 최 씨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던 딸의 승마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아무리 최 씨라고 해도 과연 기업의 빅딜을 주선하고, 법원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런 주장은 다소 과장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사립대학 교수마저 갈아치우고 학칙 개정마저 관여한다는 본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다소 허황된 주장만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이대 승마 체육특기생이었던 최 씨의 딸은 1학년 1학기 당시 학사경고를 받았다. 이를 최 씨가 딸과 함께 지도교수에게 항의를 했고, 이에 지도교수가 더 이상 최 씨의 딸을 맡지 않겠다고 요구하면서 결국 교체됐다.
최 씨가 이번 정권에서 한 일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최 씨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가 한 일에 대한 진상규명을 정부 차원에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초부터 있어왔던 최 씨 관련 소문은 재계, 법조계, 체육계 등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우병우 수석의 청와대 입성과정에서 최순실씨와 우병우 수석의 부인과 장모들의 치맛바람의 결과물이라는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둘 다 강남의 수백억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오랫동안 친분이 두터웠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어 이번 삼성과 한화 사이에도 최 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이 정권에서 그들의 실체가 드러나긴 어려울 것이고 역시 다음 정권이 되면 그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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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청와대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해산하고 기금을 합쳐 새로운 통합재단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그 동안 숱한 의혹에도 수사에 나서지 않던 검찰이 전경련의 해산 발표가 나자마자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8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기업 모금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이어 정권 비선실세 연루 의혹까지 연일 잇따르자 부랴부랴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사건 수사도 증거가 없기 때문에 수사가 어렵다는 면죄부 수사의 가능성도 높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당장 관련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야당에서는 ‘증거 인멸’, ‘재단 세탁’ 시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지난 9월 30일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10월 중 해산하고 문화·체육사업을 아우르는 신규 통합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두 재단의 문화·체육 사업 간에 공통부분이 많고 조직구조, 경상비용 등의 측면에서 분리 운영에 따른 각종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경영효율성 제고, 책임성 확보, 사업역량 제고, 투명성 강화라는 4가지 기본 취지 아래 문화체육재단을 신규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재단은 해산한 두 재단의 기금을 합쳐 750억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방안과 관련, 전경련은 통합 재단에 경제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책임성을 확보하고, 기존에 강남구 논현동에 있던 사무실은 여의도 인근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이사 선임 등 인선에 대해서도 공신력 있는 기관·단체들로부터 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선임하는 한편, 명망 있는 인사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전문성을 강화하고, 매년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경영감사를 받고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청와대 연루 의혹을 부인하면서 두 재단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엿새 만에 공개됐다. 지난 24일 이 부회장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두 재단은 전경련이 추진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하면서 “10월 정상화 방안을 공식 발표해 외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류와 K스포츠 확산을 위해 경제계 스스로 의욕적으로 추진했다던 신규 사업을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정상화’하겠다며 수습에 나선 모양새는 물론, 정상화 조치 공개 역시 공언했던 시점보다 한참 앞당겨진 것이어서 의혹 증폭을 막기 위해 서둘러 꼬리자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전경련의 두 재단 해산 방침이 권력형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증거 인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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