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10-19 07:09:05
수정 2016-10-19 0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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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파기해서 없다’던 작년 11월 13일의 상황속보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게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속보에는 고 백남기 선생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정황이며, 뇌출혈로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과정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경찰은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물포에 맞아 부상”,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과 같은 표현이 그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그 동안 이 속보의 존재를 부인해왔다.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이 처음부터 상황을 알고 있었으니만큼 지금 새누리당과 보수 논객 일부가 제기하고 있는 ‘빨간 우의’ 같은 참담한 논란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도 분명했다. 그런데도 사인을 명확히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경찰은 백 선생의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책임을 희석시키겠다는 의도였다. 그러자면 이 속보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끝끝내 상황속보의 파기를 주장한 이유는 이처럼 자명하다.
‘빨간 우의’ 문제도 똑같다. 경찰은 이미 ‘빨간 우의’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그가 백 선생을 구조하려 했던 사람임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최근까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이 나서서 그를 이미 조사했고, 일각의 논란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으면 될 문제였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논란이 확대되는 걸 즐겼다. 하나같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기적 발상에 나온 행동이었다.
이 상황 속보에는 경찰이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SNS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는 흔적도 담겨 있다. 이른바 ‘프락치’ 운용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다. 수사기관이 프락치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 역시 경찰이 상황속보를 은폐하도록 만든 대목일 것이다.
백남기 선생 사건은 공권력에 의해 국민이 생명을 잃은 사건이다. 누구든 그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규명해야할 의무가 있다. 만약 경찰이 민주사회의 공권력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경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감추고, 한발 더 나아가 국회와 국민 앞에서 거짓말까지 했다. 이건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이미 야당은 이철성 경찰청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할 태세다. 이 청장의 고발은 물론이거니와, 이번에 공개된 상황속보에 담긴 모든 내용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더 이상 경찰과 검찰에 이 사건을 맡겨둘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백남기 특검’은 경찰이 자초한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