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10-21 08:15:51
수정 2016-10-21 08: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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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며 두 재단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장황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중단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정작 중요한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 재단에 대해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해서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하며 외압을 부정했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를 거뒀다”며 두 재단을 변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쏟아지고 있는 의혹에 전혀 대답이 되지 못한다.
의혹의 핵심은 두 재단의 설립 취지 따위가 아니다. 국민은 도대체 최순실씨가 누구기에 단 두 달 만에 800여억 원이라는 거금을 재벌들로부터 걷어 들일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어떤 관계이기에 초고속 설립 허가부터 일감 몰아주기까지 온갖 특혜를 누릴 수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두 재단뿐만 아니라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의혹도 있다. 최씨의 딸이 참가했던 승마대회 문제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둘이 경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에 이대 총장이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 ‘인식공격성 논란’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눈에는 부정하기 어려운 의혹의 정황과 증거들은 보이지 않고 청와대와 여당의 옹색한 처지만 크게 보이는 모양이다. 나아가서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의혹을 덮어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 재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세상이 모두 궁금해하고 있는 최씨에 대해서는 이름 한 자 언급하지 않았고, 그럼으로써 비호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마지못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누가 봐도 수사 가이드라인이다.
지금 와서 가만히 있어도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할 것이라 신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하물며 대통령이 직접 팔 걷고 나서서 결백을 주장하며 비호하는 데에야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의혹만 커진다. 의혹이 고구마 줄기 캐듯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이 비상시국에도 대통령의 비호를 받는데 하물며 의혹이 표면화되기 전에는 그 위세가 어떠했겠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