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발행 2016-10-26 07:30:13
수정 2016-10-26 07: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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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했다. JTBC에서 최 씨의 국정개입이 보도된 지 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번까지 세 번의 사과를 했는데, 이번처럼 빠르게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정권의 존망을 가를 심각한 사안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우선 대통령은 최 씨의 국정개입을 시인했다. 이는 이원종 비서실장이 말한 것과는 다르다. 이 실장은 국회에서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아는 사이’일 뿐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했지만 두 사람은 사실상 협력 관계에 있었던 셈이다. 박 대통령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이 실장은 사실상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사과는 놀라울 만큼 핵심을 비껴갔다. 최 씨의 국정개입은 시인했지만, 그 내용은 모두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최 씨가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개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지만, 최 씨의 PC에 담긴 파일은 단순히 연설문의 교열 수준이 넘었고, 민감한 안보 현안이나 인사에 이르는 광범위한 것이었다. 대통령이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면, 국민 앞에서 공공연히 거짓말을 한 셈이다.
최 씨의 국정개입 시기와 관련해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했는데, 당장 드레스덴 연설만 해도 취임 후 1년이 훨씬 지나서였다.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체계는 김기춘 비서실장 시절에도 완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TV조선은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만 2년 가까이 되는 2014년 11월에도 최 씨가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미리 받아 각 일정에 맞게 의상을 직접 준비했다고 보도했는데,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최 씨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말 자체에 의심이 간다.
대통령의 사과에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 목적이 최 씨를 변호하고 지키는 데 있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국정개입을 자신의 뜻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홀로 덮어썼다. 최 씨가 아무런 자격도 없고 능력도 확인되지 않은 민간인이며, 이런 사람의 국정 개입이 공화국의 근간을 흔드는 국기문란이라는 점은 아예 생각지도 않은 듯하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자신의 ‘순수’한 뜻에 따른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오직 최 씨만 지키면 된다는 것인데, 이런 태도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최 씨는 도대체 누구인가? 최 씨와 박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관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