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거나 국회가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디어오늘이 여론조사 기관 (주)에스티아이에 의뢰해 26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해야 한다는 응답은 37.9%였고,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31.1%였다. 두 가지 응답 모두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탄핵하거나 하야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응답한 비율은 23.9%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 대해서도 실망스럽고 분노스럽다는 응답이 80%를 넘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사과는 오히려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난무하는 비방”,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의혹 제기”라는 것이 그동안 박 대통령과 청와대 대변인이 했던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그동안 발뺌하고 부인하며 의혹을 부정해 오다가 어찌 변명할 수 없는 정황이 드러나자 겨우 사과에 나선 것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은 사과를 하면서조차 “연설문이나 홍보에 도움을 받았다”며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 이미 드러난 것만 가지고 보아도 최순실씨가 사전에 보고받고 검토한 내용은 핵심 참모의 인사 자료나 대북 비밀 접촉 정보를 포함한 외교 자료 등 기밀 중의 기밀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국민의 분노는 지금 청와대와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미봉책들로 쉽게 꺼질 만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하는 그 순간까지도 최순실씨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고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변명만 늘어놨다. 그런 대통령의 변명을 지켜봐야 했던 국민의 심정은 참담한 수준을 넘어섰고, 더 이상 이 정권에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어설픈 수습책이 아니라 극도의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국민을 이해시키고 마음을 달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의혹이 남은 상태에서, 이 사건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이 비켜간 상태에서 어떤 수습책이 나오더라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혹을 남기지 않는 진상규명의 핵심은 박 대통령 자신에 대한 수사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자처한 대국민사과 속에 국민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한 조각이라도 있긴 있었다면 그 마음을 보이는 방법은 단순하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대통령 스스로 수사받기를 자처하면 된다. 그 자체가 국민의 입장에서 참담한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스스로 수사에 응함으로써 정치적 위기에 대응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