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종범(왼쪽) 정책조정수석과 김재원(오른쪽) 정무수석ⓒ민중의소리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 내에서는 '쇄신' 대상에 안종범 수석을 포함시키는 데 대해선 거의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인물들 중 안 수석을 내보내고 사법 처리를 받게 하는 방식은 청와대에서 고려하고 있는 '최소 방안'이라고 한다.
안 수석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문제가 된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그는 비위 행위 정황들이 비교적 분명해 검찰 수사 대상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안 수석이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해 재단 자금 모금과 설립 등을 주도했다면 포괄적 뇌물죄 또는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히 안 수석은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 사업 추진 과정, 롯데그룹의 K스포츠 재단 출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구체적 정황이 최근 '한겨레' 보도에 의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안 수석만 '쇄신' 대상에 포함되는 '최소 방안'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 관련 핵심 당사자인 정호성 비서관 등이 빠져 버린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또 안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여부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안 수석이 개인 의지만으로 움직였다고 보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최대방안='3인방' 중 정호성·안봉근 2명, 여기에 우병우까지?

정호성 청와대 부속실 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청와대에서 거론되고 있는 '최대 방안'은 '문고리 3인방' 중 '문건 유출' 핵심 관련자인 정호성 비서관과 함께 안봉근 비서관이 교체되고, 여기에 우병우 수석까지 물러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인방' 중 이재만 비서관의 경우 지난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문과는 달리 이번 '최순실' 건에서는 한참 비켜서 있는 인물이다. 또 '3인방'이 모두 빠져 버린다면 박 대통령의 업무 수행 자체가 아예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재만 비서관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만 내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3인방' 모두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마당에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내보내는 방식은 그 자체로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몸통'이 바로 박 대통령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출구를 찾기 힘들 전망이다. 청와대의 '인적 쇄신' 방안 자체가 '꼬리 자르기'로 비칠 소지가 높다. 국민 여론은 "하야"나 "탄핵" 주장까지 나올 만큼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만나 '인적 쇄신' 문제 등과 관련된 건의를 청취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일요일인 30일께 모종의 쇄신 방안을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핵심 인물들 외에 청와대에서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미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비서실장이 그저께(26일)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본인도 물러날 뜻이 있다고 밝혔으나, '문고리 3인방'의 거취에 대해선 "제가 답변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 총사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황 총리 교체 문제는 아예 거론도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