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지난 주말 30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대와 지역,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이 온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고 답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국민대통합 시대’는 완벽히 이뤄졌다.
10월 25일의 90초짜리 사과는 29일의 10만 거리 시위를 불렀고, 11월 4일의 9분짜리 사과는 30만 거리 시위를 일으켰다. 박 대통령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발버둥 칠수록 민심은 더 싸늘해지고 국민들의 요구는 하야로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영수 회담, 책임총리, 2선 후퇴를 흘리며 민심을 떠보고 있으나 수습책이 되기 어렵다. 눈물을 글썽이며 기자회견을 해도 국민들은 이것 또한 최순실의 ‘지시’가 아닌지, 그 연설문은 누가 써주었는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순실은 빨리 하야를 지시하라”는 피켓이 민심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현 시국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모두 말기에 측근 비리, 친인척 비리가 터지고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광우병 촛불집회로 지지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퇴임 후 평가는 어쨌든 임기는 마쳤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위임해준 권력을 통째로 최순실에게 맡겼다. 최순실이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 듯 했고, 대통령 옷 골라 입히는 것을 취미 삼았다는 것은 웃어넘길 수도 있다. 백보를 양보해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좌지우지한 것도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치자. 그러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대참사들이 ‘최순실’에 의해 해명되는 상황은 용서가 불가능하다.
지난 달 28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최순실의 개성공단 폐쇄 개입 의혹을 해명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최순실이 작년부터 ‘북한붕괴론’을 떠들고 다녔고 이것이 천안함 사태 때도 중단되지 않았던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국방부 장관도 가보지 않은 성주가 갑자기 싸드 배치지로 결정된 것도 작년부터 “싸드 배치”를 떠들고 다녔다는 최순실의 작품 아니냐는 의혹도 터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국민들은 ‘찌라시’에나 나올 의혹들을 모두 믿게 됐다.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근거 없는 괴담’ 운운하며 훈계하던 박 대통령이 ‘찌라시’보다 더한 사태가 사실이었음을 직접 확인해주지 않았나.
‘국정 공백’을 이유로 하야를 거부한 박 대통령의 협박에 국민들은 눈도 끔쩍하지 않고 있다. 이미 국정은 공백이었고, 대통령은 없었다. 국민들이 맡긴 권력을 개인에게 넘겨 연설문 작성부터 외교 안보에 이르기까지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새삼 무슨 국정 공백 우려인가.
달리 해결 방법이 없다. 하야 외엔 답이 없다. 남은 1년 4개월 임기를 걱정하기에는 지은 죄가 너무 크고 국민의 상심과 분노가 너무 깊다. 30만이 거리에 나와도 꼼수를 부린다면, 다음 주말에는 100만이 나올 것이다. 이미 사태는 6월 항쟁, 4. 19혁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권좌에서 끌려내려오기 전에 제 발로 걸어 나오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