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발표 당시 국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등 전국 484개 단체로 구성된 '국정화저지네트워크'를 비롯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학생, 청소년, 역사학자 등이 거리로 나섰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사·사회 과목 교사들은 정부의 국정화 방침 발표 전부터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다. 2015년 김태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국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사 2만4195명을 대상으로 국정교과서 찬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반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오는 28일 공개될 검토본은 올해 12월 말까지 전문가 학술토론회와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심의 보완 뒤 최종본으로 확정된다. 이렇게 완성된 국정교과서는 2017년 3월부터 학교 수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국정교과서 백지화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전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의 외삼촌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국정교과서 추진을 주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정교과서 추진에 최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순실 사태로 인해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총리'로 지명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조차 국정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 국정교과서 전면 백지화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정교과서 검토본 공개를 앞두고 국정교과서 반대에 대한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광화문을 포함해 충북, 충남, 대전, 부산, 인천 등 전국에서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시국선언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 사태 이후 서울, 경기, 광주, 강원, 충북, 충남, 강원, 세종 등의 교육감들도 나서 국정교과서 전면 무효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정교과서 철회, 놀랄 만큼 간단하다
이처럼 국정교과서 백지화 여론이 강해지자 '국정교과서 철회가 실제 가능한가'라는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도입 과정을 살펴보면 철회 역시 전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당시 너무 간단한 절차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육과정 개정은 장관의 고시 결정만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교과서 개정 발행 시기와 내용 등은 국회와 협의 없이 교육부 장관이 단독으로 결정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야당은 교과서 개정 발행이 국회의 견제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육부 장관이 혼자 교육과정과 교과서 발행방법을 정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현재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도 간단하게 장관이 고시 개정만 하면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9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국정교과서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고시안을 만드는 등 행정예고를 위해 최소 2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국정교과서 도입을 포기하게 되면 법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장관 결재라는 간소한 절차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후 학교들도 기존의 검정교과서 중 선택해 사용한다면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국정교과서 폐기 박근혜 퇴진 촉구 전국 동시다발 시민선언'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 폐기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정교과서 백지화, '교과서 대란'은 없다
일부에서는 국정교과서가 백지화될 경우 촉박한 시간 때문에 자칫 학생들이 새 학기를 교과서 없이 맞이하는 교과서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우일뿐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철회된다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검정교과서를 채택해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 교과서 출판서들과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검인정 교과서의 경우 교과 담당교사가 3순위까지 추천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물론 공통∙심화로 바뀌는 타 과목들은 교육과정이 바뀔 경우 문제가 되지만, 한국사의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역사교과서의 경우 기존 검정교과서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교과서 출판 전문업체인 A사 관계자는 9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검인정 교과서의 경우 새학기 시작 4개월 전인 11월 말에 주문을 완료하고 인쇄해 발주하는 게 보통"이라면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철회돼)기존 역사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조금 짧지만 시간을 맞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정교과서 철회에 대한)빠른 결정이 이뤄진다면 추가 주문 제작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