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난 이후 분노한 국민은 촛불을 들고 나서기 시작했고, 지난 주말에는 20만 명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12일에는 민중총궐기가 열린다. 이번 민중총궐기는 추악한 권력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의 자리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실로 엽기적인 형태로 국민을 우롱해 왔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지금까지 지극히 사적인 관계가 국가 시스템 위에 군림했던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권력에 빌붙어 그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비리 사건과는 완전히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비롯한 비선실세들은 국가권력 자체를 온전히 사유화하고 농락했다.
 
한 개인을 위해 권력이 직접 움직여서 재벌들로부터 돈을 모았다. 그리고 그 재벌들에게는 노동개악이라는 보상을 내려주었다. 아무런 자격도 없는 비선 몇몇들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동안 국민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위안부 문제부터 국정교과서 추진과 사드 배치까지 번번이 민의는 짓밟혔고 국민은 한 번도 이 나라의 주인대접을 받지 못했다.
 
국정농단 3년 동안 사회의 민주적 질서는 차근차근 무너져 내렸다. 박근혜 정권 3년 간 정치는 반대자에 대한 응징으로 점철되었다. 내란음모사건을 터뜨리고 현역 국회의원에게 9년형을 선고했다. 종북몰이와 공안정국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이 감행됐다. 역대 어느 정권도 하지 못했던 민주노총 침탈을 태연하게 해버렸고 한상균 위원장을 잡아가뒀다. 대통령은 시위에 나선 자국민을 테러범 취급했고 급기야 물대포를 조준발사해서 농민을 죽였다.
 
국정농단의 정황이 드러난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 달 새 두 차례의 대국민 사과가 있었지만 그 내용은 도저히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말로 해결되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총리 교체 카드를 꺼내들며 교란에 나섰다. 청와대가 사건의 중심인데 총리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민은 하야를 말하는데 엉뚱한 대답만 늘어놓으며 버티고 있다.
 
즉시 하야, 조기 대선 말고는 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없다. 지금의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공범일 뿐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것을 국민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하고 있는데 1선이든 2선이든 서 있을 자리가 없다. 이미 국제적 조롱거리가 된 마당에 내치든 외교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야기한 것처럼 헌정중단 국정공백을 진심으로 우려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국정공백을 걱정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헌법 위에 비선이 있었고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라를 그렇게 만든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버티고 있으면 있을수록 정상적인 국정회복만 더뎌질 뿐이다.
 
대통령이 끝내 선택의 시간을 놓치려 하고 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국민의 마지막 경고마저 무시한 채 빠져나갈 길만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2일 민중총궐기는 항쟁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