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 문란 범죄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거센 민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헌법상 권리를 들먹이며 하야는 물론 검찰 수사마저 거부했다.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대통령 때문에 탄핵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이행해야 할 국회의 의무가 돼 버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한 것은 이런 점에서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탄핵이 해법의 전부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탄핵은 대통령을 권력에서 끌어내리는 헌법적 절차이고 국회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러운 시선이 있는 이유는, 야당이 이를 빌미로 어설픈 정치적 타협을 시도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저지나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 국면에서, 광장에서 잔뜩 결기를 보이던 야당이 하루 아침에 입장을 선회한 전례가 있었다. 이런 탓에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할 때 나온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의 "대한민국이 대통령이 퇴진하느냐 안 하느냐로 장기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는 헌법이 정한 법적 절차 밟는 것이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을 최소화하는 방책”이란 말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퇴진 운동과 탄핵을 병행한다면서도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이를 대립적으로 규정하고, 심지어 퇴진 운동을 ‘소모적 논란’이라 폄하하고 있다. 야당의 행태에 실망했던 경험이 있는 국민들이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의 집회마다 100만명의 국민이 운집한 데 이어, 오는 26일 범국민대회와 30일 민주노총이 제안한 국민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분노한 국민의 항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후안무치한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기를 거부하면 항쟁은 곡절을 겪을 수 있다. 이 때 탄핵을 핑계로 국민적 항쟁에서 뒷걸음질 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야당에서 흔히 말하는 ‘치밀한 로드맵’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광화문에 100만개의 촛불이 타오른 게 어디 대단한 묘수가 있어서였던가. 새누리당의 참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보수성 등, 탄핵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씻는 방법도 ‘절묘한 전략'이 아니라 민심을 충실히 따르는 데 있다.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한다면 국회는 탄핵을 결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탄핵이 지금과 같은 국민적 분노와 열기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 보기는 어렵다. 탄핵은 사태 수습의 출구가 아니라, 장기전이 될 수도 있는 전국민적 항쟁의 한 단계일 뿐이다. 탄핵안을 헌재에 보내놓는다고 야당의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닌 이유다. 국민과 맞서는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민주공화국의 기틀을 다시 세우는 일은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야당은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