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증거에도 "최순실 모른다" 일관, 야당 "모른다만 100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짓말이 7일 또 다시 들통났다.

김 전 실장은 이날 밤 속개된 최순실 국정농단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최순실과의 관계를 묻는 수차례의 질문에 앞서와 마찬가지로 "최근에야 알았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이에 "정윤회 문건 파동시에도 틀림없이 최순실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 이후 보도내용엔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가 최순실'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당시 최순실이 최태민 딸이라는 걸 몰랐다는 거냐"고 물었다.

김 전 실장은 그러자 "당시 조응천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없고 정윤회라는 이름만 있었고, 11월 28일 세계일보의 기사에도 최순실 이름은 안나왔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 주장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곧바로 '최순실'이 적시된 정윤회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거짓말로 드러났다.

정윤회 문건 첫 장에는 고 최태민 목사 5녀 최순실', '정윤회 부인 최순실' 등이 적시돼 있었고, 더 나아가 "'정윤회는 한때 최순실과의 관계 악화로 별거했지만 최근 주위 시선을 의식해 동거는 하지만 각방을 사용하고 있다고 함"이라고 부부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었다.

김 전 실장은 그러자 "본지 오래 돼서 착각했다"는 군색한 변명만 여러 차례 늘어놓으며 발뺌에 급급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발뺌하자 이번엔 지난 2007년 7월 19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 동영상을 청문회장에서 틀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박근혜 후보 캠프 법률위원장으로 박근혜 후보자 바로 앞에 앉아 청문회를 지켜봤고, 이 자리에서 패널은 최순실에 대한 루머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박 의원은 동영상을 튼 뒤 "김기춘 실장이 바로 앞에 있었던 후보검증 청문회다. 그런데 최순실을 몰랐다? 이게 앞뒤가 안맞지 않냐"고 따져물었고 김 전 실장은 그제서야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최순실 이름을 보니까 이제 와서 못들었다고 말할 순 없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그러면서도 "최순실을 알지는 못한다. 접촉은 한 적이 없다"고 계속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정윤회에 대해서도 "정윤회도 모른다. 접촉한 적이 없다. 정윤회에게 물어보라"고 부인했고, 박 의원은 이에 "김기춘 실장과 저는 2004년 국회의원이었다. 당시 정윤회 비서실장은 국회를 돌아다녔고 저도 만났다. 그런데 김기춘 실장이 정윤회를 모른다? 하늘이 두렵지 않냐. 더 이상 국민들은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의 거짓말이 속속 들통나자 청문회장의 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그를 질타하며 분개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오늘 김기춘 실장은 하루 종일 모른다로 일관했다. 모른다고 한 게 100번은 넘는다. 아마 무능한 비서실장이 되고자 작심한 것 같다"며 "내일은 청문회가 없으니까 여야가 합의해서 청문회 시간에 제한을 두지 말고 김기춘 증인만 남겨서 끝장을 보자. 끝장 청문회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박영선 의원의 지적에 김기춘 증인은 착각했다고 말하는데 이건 착각했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김 전 실장은 앞선 오후 청문회에서도 "정윤회-십상시 회동에 대해 내가 먼저 조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당사자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조사했다"고 반박해 위증 논란을 산 바 있다. 최병성 기자<저작권자 ⓒ 뷰스앤뉴스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