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오늘(13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다. 지난해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검찰은 그에게 8년형을 구형했다. 1심에서 법원은 무려 5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과연 집회를 책임지고 개최한 것이 징역 5년을 살아야 하는 중범죄인가. 사법부는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판결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열린 민중총궐기는 민주노총을 비롯해 농민, 빈민, 학생 등 민중단체들이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라는 단체를 만들어 대정부 요구안을 들고 개최한 집회였다. 정부는 마치 이 집회가 열리면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고 세상이 뒤집어 질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다. 정작 집회 당일 불법과 폭력을 저지른 쪽은 경찰이었다. 시내 주요 도로를 차벽으로 틀어막고 시위대의 머리를 향해 물대포를 조준사격했다.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 와중에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고 1년 후 숨졌다.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비하면 시위대는 고작해야 버스에 밧줄을 걸고 끌어당기는 수준의 저항에 그쳤다. 1심에서 법원은 한상균 위원장에게 경찰버스를 망가뜨리고 도로교통을 방해했다는 죄를 핵심으로 적용했다. 그 죄의 형량이 징역 5년이었다.
올해도 민중총궐기가 개최됐다. 똑같은 요구를 들고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같은 형식의 집회를 열었다. 1년 전과 달라진 점은 경찰의 대응이었다. 경찰이 행진코스를 열어주고 안정적 집회를 보장하자 행사는 평화롭게 끝이 났다. 이른바 ‘폭력시위’는 경찰이 그토록 우려하는 ‘위험한 단체’들이 집회를 개최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틀어막으려는 공권력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1년 전 경찰이 이랬더라면 한 위원장 재판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검찰은 2심 재판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8년형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언행에 신중해야 함에도 폭력 시위를 선동하는 등 영향력을 감안하면 법치국가의 근본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로 갑시다’라고 외친 그의 발언이 법치국가의 근본을 무너뜨릴 정도의 발언이었는가. 지난 한 달여 동안 수백만명이 외친 똑같은 외침을 검찰은 무엇이라 보는지 궁금해진다.
언행에 신중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었다. 국민 앞에 자신의 죄를 소상히 밝히고 진지하게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세 번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며 수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 법치국가를 무너뜨리는 범죄행위가 아닌가. 박근혜-최순실 일당이 벌였던 해괴망측한 범죄행위들을 몰랐다면 이 나라 검찰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눈감아 줬다면 검찰은 공범에 가깝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집권 하반기 정권은 ‘쉬운해고’와 ‘성과연봉제’ 도입 등 노동개악에 집중해왔다. 검찰이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8년 중형을 구형한 것은 정권의 집중 정책에 반대하는 대표자를 감옥에 묶어 놓겠다는 의도가 아니고는 해석될 수가 없는 대목이다. 지금은 청와대에 칼을 겨누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의 의중을 그대로 실현했던 하수인의 모습이 바로 검찰의 본질이다.
한 달여 동안 촛불이 타올랐다. 촛불이 폭발했던 11월 12일은 민중총궐기 집회와 박근혜 퇴진 촛불이 한 데 어우러진 날이었다. 전 세계가 한국 국민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1년 전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와 폭력진압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한 사건이었다. 전 세계 인권단체들과 유엔조차 우려를 표명했다. 무엇이 민주주의인가. 한상균 위원장은 공권력으로부터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빼앗긴 피해자들의 대표다. 이제 한 위원장에게 들씌워진 불법의 굴레를 벗겨줘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가 행할 수 있는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