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
 
태 종 호
 
꽁꽁 언 손을 난로 불에 녹이며
문득 시베리아 언 땅을 생각한다.
그 시절 그 사람들을 생각한다.
 
독립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기며
추위와 허기를 견디어 낸 날들이
몇 날이었을까.
 
만주에서 훈춘에서 연해주까지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을
가슴 졸이며 오고 갔을
형극의 길.
 
그 길을 걷고 또 걷다가
눈보라치는 광야에서
한 점 꽃이 되어 버린 임들이
손짓한다.
 
지금은 가슴 졸일 일도 없건만
통일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뜨거운 불길에
손은 온기를 되찾았으나
임 그리는 마음은
시베리아 언 땅보다 더 시리다.

겨울 산의 기도
 
태 종 호
 
찬바람 맞으며 겨울 산에 올라
하얀 눈 대신
희뿌연 회색빛 하늘을 보니
우울한 생각이 드오.
 
옷을 벗어 추위에 떨고 있는
외가닥 나무는
잃어버린 형제생각에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하오.
 
간혹 나타났다 사라지는 새들도
목소리를 잃었는지
푸드득 날개소리만 내고는
사라지오.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칭칭 동여매고 눈만 내놓고 있어
인사도 못하오.
 
멀리 보이는 아파트 숲에는
도란거리는 이야기나
흥겨운 콧노래대신
둔탁한 컴퓨터소리만 요란하오.
 
아!
이럴 땐 하늘에서
함박눈이라도 푹푹 내리고서야
모두 잠에서 깨어나
소리라도 지르고
얼굴이라도 마주 할 것 같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