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내 글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왜 그렇게 박근혜를 미워하냐?"고.
먼저 내 하나만 묻자.
그럼, 박근혜가 이쁘니?
그리고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고, 나는 박근혜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싫은 것이다....
성서의 가르침에 따르면, 박근혜를 미워하는 것은 자칫하면 죄가 될 수도 있지만 박근혜를 싫어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또 하나, 내가 박근혜를 싫어하는 것은 사적인 감정이 개입된 것이 아니라 공적인 판단에 근거해서다.
솔직히 나름 전문직이라 할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하든 거개는 다 자기 앞가림 하고 살 정도는 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냥 눈 딱 감고 제 이익에 눈 똥그랗게 뜨고 살면 하루 삼시 세끼 밥은 먹고 산다는 말이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박근혜를 미워할 이유도 없고, 싫어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난, 박근혜가 싫다.
왜냐고?
희대의 철면피 박근혜 같은 범죄자 하나 때문에,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 계속 상처를 받는 것이 싫고, 양심이 깨끗한 사람들이 절망하는 것이 싫고, 사람들이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고생하는 것이 싫고,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것이 싫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장사가 안 되서 절망하는 것이 싫고, 범죄자들이 후안무치해지는 것이 싫고, 우리나라 헌법이 무시당하는 것이 싫고, 교회가 저런 범죄자를 옹호하느라 타락하는 것이 싫고, 한반도 정세가 위중한 때에 국정이 표류하는 것이 싫고, 이런 범죄자를 상대하느라 소중하기 짝이 없는 내 인생이 허비되는 것이 싫고, 내 페북 타임라인이 몇 달 째 정치 이야기로 도배되는 것이 싫다.
그럼에도 나도 내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이 있다.
박근혜가 엄청 싫지만, 그래도 저 인간 미워하지는 않게 해달라고, 저런 인간 때문에 내 인간성이 피폐해지지 않게 해달라고, 저런 인간 때문에 내가 죄를 짓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박근혜 일당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논리와 이유와 변명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솔직히 미워질 때가 있긴 하다. 그냥 미운 게 아니라 아주 얄밉다. 사람이란 게 저렇게까지 뻔뻔해질 수 있구나, 인간이란 게 저렇게 속물이구나, 싶은 거다.
그냥 한 명만 물러나면 된다. 한 명만 자리에서 내려와 죗값을 치루면, 나라도 정상으로 돌아가고, 국민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페북도 또 다시 온갖 다양하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로 충만해질 수 있다.
우리가 이 나라에 살면서 무슨 대단한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다.
그저 상식이 통하고, 법이 공평하게 집행되고, 국가가 국민을 이용하고 부려먹고 감시하고 윽박지르는 괴물이 아니라 위험할 때 보호해주고 아쉬울 때 손 내밀고 외로울 때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다.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칼바람이 몰아치는 광장에서 오돌오돌 떨면서도 촛불을 드는 것이고, 혹시 그런 세상이 온다는 봄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해서 텔레비전 뉴스에 눈동자를 모으는 것이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정신분열증환자 하나가 짓밟고 있고, 역시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결사옹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세상, 당신 같으면 좋니? 난 말이지, 정말 그런 세상이 싫다.
이런 세상, 아주 지겹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