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컴맹탈출, 인터넷 활용 1, 인터넷 활용 2, 디지털카메라,,, 그리고 그때그때 딸에게 구박 맞으며 개인 지도 받고, 가게 할 때 손님으로 왔던 여학생들에게도 깜짝 가외 받았으니 지금쯤은 컴퓨터의 달인이 되어있어야 할 텐데, 나는 오늘도 구청에서 진행하는  컴퓨터 강의실에 앉아 있습니다. 이런저런 개인 지도 말고도 육수째로, 작년 11월에 인터넷 활용 반 강의를 받았을 때 강사님의 강의가 어떻게나 훌륭한지 듣고 있을 때는 아~그렇구나 하며 감탄을 하며 침침해 지고 있는 내 두 눈도 별처럼 빛났습니다.
검색을 해서 즐겨찾기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찾아 헤매지 않고 화살표를 앞세워 꼭 누르면 됐을 때 환갑 넘은 내 머리도 아직은 쓸 만 하구나 하며 기쁨의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하듯, 구청에서 집까지 걸어와도 20여 분 밖에 걸리지 않는데 집에 돌아와 내 컴퓨터 앞에 앉으면, 20분 전의  기억은 백지가 되어 버립니다. 내 컴퓨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핑계를 찾아보았지만 구청 컴퓨터 보다 내 것이 비싼 것이라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내 노트북은 작년에 내 진갑 선물이라며 딸이 사 주었으니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신품이고 바탕화면에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딸이 깔아 줬기에 나는 귀여운 화살을 앞세워 누르면 되었으므로 머리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 검색하고 메일 보내고, 받고 그 정도 하는데 투자한 시간이 어~언 십 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컴퓨터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식당을 하고 있었는데 내 음식 솜씨가 별로였는지 개점휴업 상태라서 언제나 TV만 할 일없이 보고 있자니 남들 보기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품위 있는 모습을 연출해 보려는 건방짐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워낙 알아주는 기계치라서 인지 끄고 켜기를 하는 것으로도 엄청난 시간을 보냈지요, 처음에는 검색 창이 열리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왜 그런지를 몰라 당황하며 컴퓨터를 때려 부수고 싶었을 때도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딸에게 물었더니, 한두 번은 귀찮은 얼굴로 라도 알려주더니 거듭되는 같은 질문에 화를 내며,  ‘
 “엄마! 바보 아냐? 내가 적어 가며 알려 줬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라며 구박을 했지요. 평소에도 딸의 말투는 보드랍지 않고  가시가 박힌 듯했는데 컴퓨터 가르쳐 줄 때는 더 날카로웠습니다. 사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나도 문제겠지만 엄마의 눈 높이에 맞춰서 알려주지 못하는 내 딸의 문제가 더 크다는 생각입니다. 돈을 내고 여성인력센터에서 배울 때나 구청에서 배울 때 강사들의 설명이 족집게 같아, 머리 속에 금방 흡수가 됐습니다. 물론 머릿속에 들어왔던 것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백지가 되었지만 딸이 가르쳐 줄 때는 그 순간에도 이해되지 않고 자존심만 상하곤 했습니다. 그런 형편이었지만, 시작한 것을 섞은 무 라도 날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유 있는 고집으로 구청을 오가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검색해서 파일을 만들어 즐겨찾기 함에 저장하는 것을 배웠는데 이것 역시 이미 배우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몇 번 했던 것이라서 다시 하다 보면 잊었던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능숙하게 하고 있는 나를 짝꿍 아저씨는 부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나는 우쭐해 저서 내가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 신분이라는 것도 잊은 체 잘난 척을 하였습니다. 짝꿍에게 알려주는 것을 보고는 옆에 아줌마도 내 쪽으로 의자까지 끌고 다가와 앉아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옆 사람들은 내가 육수생 이란 것을 모르고 자신들과 같은 시간을 공부했는데도 잘 하는 줄 알고 부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오 수생, 육 수생이 된 것은 조금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잘난 척하느라고 강의에 집중하지 않은 결과인 것도 같습니다. 이러다가는 칠 수, 팔 수도 하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은 되지만 아마도 잘난 척하는 내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강의가 끝나고 일어서는데 팔순을 넘기셨다는 짝꿍 아저씨가
“ 나는 자고 나면 까맣게 잊어버려서 큰일이야, 하기에
“ 나는요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에 잊어버려요,” 그래도 어르신은 하룻밤 동안은 잊지 않으시니 나보다는 나으시네요.”
하며 위로답지 않은 건방을 떨고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달 까지 인데 빠지지 말고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그래도 육수생으로 끝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잘난 척을 자제하며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컴퓨터라는 것을 만든 사람도 있는데 십 년을 배우고도 초보를 면하지 못한 나도 참으로 불가사의 한 일인 것만 같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세상이 두려워한다는 한국 아줌마의 명성에 맞게 자신을 가져봅니다. 십 년 만에 이런 문장도 작성하고 있는데 앞으로 십 년만 더 하면 컴퓨터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오늘은 메일에다 사진, 지도 첨부하기를 배웠습니다. 한두 번에 안되면 열 번이라도 연습해 보겠습니다. 컴퓨터를 잘 하면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자신이 없어 딸이 바꿔 준다고 해도 거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외출했을 때  나 같은 휴대폰 쓰는 사람은 별로 없어 조금 창피한 마음으로 주머니 속에 감추게 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스마트폰 육수생이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요? 유치원 아이들도 쉽게 한다는 컴퓨터 게임 한번 해 보지 못한 늙지도 젊지도 않은 어정쩡한 나이의, 컴퓨터 “육수생 의 하루 접으며, 내일 아침 9시 30분에도 구청 컴퓨터 교실에선 컴퓨터 6수생의 이유 있는 하루가 시작되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