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이완구 총리후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던 어떤 분이 묻는다. ‘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기관은 저런 사람들 수사를 안하고 내버려 두냐‘고. 순간 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할 수 없는 사건‘이라 답을 한다. 그러자 왜 저 사람들까지도 공소시효가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반문을 한다. 나도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저 사람들(정치 권력자)은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고 호의호식(好衣好食) 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인데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관대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공소시효(公訴時效, Verfolgungsverjahrung, limitation period for prosecution)는 범죄행위가 끝난 다음 일정 기간 동안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 국가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소추권) 및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형사소송법 제249조 이하).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은 면소판결(형사소송법 제326조)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판결이 확정된 후에 형벌권을 소멸시킴으로서 그 형의 집행이 면제되는 형의 시효(형법 제77조)와 구별된다. 공소시효 기간은 범죄의 법정형이 무거울수록 그 기간을 길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국가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란죄, 외환죄, 집단살해죄, 성폭력살인, 13세 미만 아동 및 장애인 대상 성폭력 등 일정한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배제된다.

범죄인에 대하여는 끝가지 찾아서 처벌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 제도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재판의 공정성을 든다. 범죄발생 후 오랜 기간이 흐르다 보면 관련자들의 사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또한 증거가 제대로 보존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두 번째로 처벌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으로, 범죄 후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의 감정이나 사회적 감정이 누그러져 처벌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또한 범죄인이 그 이후 형성된 사실 상태를 유지해 줌으로써 사회와 개인의 안정된 생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범죄인이 오랫동안 도피생활을 함으로써 처벌을 받는 것과 같은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다. 또한 국가의 잘못으로 오랫동안 처벌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국가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전제도 있다. 네 번째로 수사기관의 경우 미해결사건에만 계속 매달려서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부담을 경감해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DNA 감정 등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과 장기적인 증거보전의 가능으로 인해서 공소시효를 연장할 필요가 있을 뿐만아니라 갈수록 흉포화한 강력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 공소시효 기간을 늘리거나 공소시효를 배제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2007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해서 일부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나머지 범죄에 대하여도 공소시효를 연장하였다.

이제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등장해서 크고 작은 범죄혐의를 뒤집어쓰고 갖가지 변명을 해대는 정치 권력자들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병역기피, 다운계약서 작성, 소득세 탈루,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하는 겸직, 논문 중복게재, 가족 중의 위장전입 등 헤아릴 수 없는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일반 국민들 같으면 하나하나의 항목에 대하여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받았을 사안들이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형사처벌을 받은 예가 없다.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형사처벌을 면한 것이다. 또한 혐의가 드러나도 쉽게 범죄혐의를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이해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객관적인 자료가 나타나면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러니까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범죄에 대한 깊은 반성이나 죄의식이 없었다는 것이고, 오히려 좋은 자리(요직)를 옮겨 다니면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결국 이들에게는 ‘범죄인이 오랫동안 도피생활을 함으로써 처벌을 받는 것과 같은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는 공소시효의 필요성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이들은 문제된 사안에서 수십년도 넘은 계약서나 병적자료, 엑스레이 필름을 들이대면서 자신들이 떳떳하다고 항변한다. 도대체 그러한 자료들을 어떻게 보관해 왔는지 대견하기까지 하다. 그렇기 때문에 증거의 일실로 인해서 증거 수집이 어렵기 때문에 공소시효 제도를 둔 것과도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그러므로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서 치부를 하고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공소시효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적대감이 깔려 있는 것이다.

공소시효 제도는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일정한 요건 하에서 소추권과 형벌권을 면해주는 예외적인 제도이다. 따라서 그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공직에 종사하였던 사람들이 직위를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 국가적인 피해나 일반국민의 박탈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더 이상 공직에 근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