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으로 이사할 때부터 시작된 딸과의 전쟁이 2년 하고도 반년이 지나고 있다.

딸은 경기도에서도 제일 외지고 끝 동내에 지어진 땅콩주택인지 하는 그런 집으로 이사 가기를 원했고, 식구라야 딸과 나 둘뿐인데

한 층에 방 하나씩 있는 4층 집이 어째서 필요하겠느냐며 딸의 의견을 묵살해 버렸었다.

더구나 그곳이 얼마나 외진 곳인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하루에 몇 번 오가지 않는다는 마을버스를 타야 하는데, 1주일에 4번 정도는 외출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딸은 지금 서울에서도 출근 시간이 빨라서 6시대에 집을 나서는데 그곳으로 가면 5시대에 출근을 해야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곳에 가서 살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반대를 하였던 것인데 그곳으로 이사하지 못했던 분풀이를 하는 것인지 엄마와의 전쟁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딸의 행동에 실망하고 화가 났지만 어느 때쯤부터는 딸이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내 나이가 70에 가까웠으니 언제 딸의 곁을 떠날지 모르는데 내가 떠난 후에 오늘의 잘못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할 것 같아서 딸이 가엽고 슬펐다.

그런 마음으로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나 자신보다 딸을 먼저 생각하고 귀하게 키웠다는 공치사의 마음은 용서하기가 싫어서 나도 입을 닫고 지냈으니 참으로 미련한 엄마인 것 같다.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내는 것이 오래되고 보니까 별로 불편해 지지 않게 되였는데 사건은 의외의 문제로 터졌다.

한 집에 살면서도 딸과 얼굴 한번 마주 본 일이 없었는데 내 방 창밖 베란다에서,  위 층을 향해 사진을 찍고 있는 딸의 모습이 기이하고 궁금 해서 말을 시켰다.

“무슨 사진을 찍는 거니?

딸은 내 말은 귓가로 흘리며 성의 없이 대답을 하는데, 처음에는 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위 층을 신고 하려고. 증거 사진 찍는 거야”

“윗집을 왜 신고해? 뭣 땜에?

알 수 없는 딸의 신고한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물었더니 그동안 딸과 위 층 사람들은 1년씩이나 층간 소음으로 다투고

있었던 것이었다

위 층에는 서 너 살짜리 손녀와 3대가 살고 있다는데. 처음에는 아이가 뛰는

것을 딸이  올라가서 조심시키라고 했다는데, 윗집 할아버지는 사과는커녕 자신의 손녀는 뛰지 않고 얌전하다며 오히려 과민한 성격이라며 딸을 몰아세웠다고 했다..

딸은 윗집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퇴근해 집에 오면, 몇 시 몇 분에 아이가 얼마큼 뛰었고, 어른들이

쾅쾅거리며 걷는다거나 식탁 의자 끄는 소리 ,, 등등을 날짜 시간 별로 적어 놓고 관리실에 신고해서 양쪽이 모여서 다투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층간 소음 측정하는 기관에 작성한 서류를 보내는가 하면 정신적인 손해보상 청구소송을 했다고 한다.

뉴스에서 봤던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가 우리 집에도 찾아온 것이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공황 증상이 오고 슬퍼졌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내 딸이 남 하고 오랜 시간을 다퉜다는 것이 서글펐고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나는  엄마도 아닌 것 같았다.

성당에 앉아 눈을 감으니 눈물이 흘러내렸다.

현명한 엄마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성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집인 18층에서 내리지 않고 19층에 내렸다.

딸과 1년 넘은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 간의 사건을 듣고 보니 시작이 잘못되였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그날 딸이 층간 소음을 따지러 올라갔을 때 부드러운 태도로 예의를 갖춰서 말하지 않았을 태고, 윗집에서는 아이가 뛰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항의하러 왔다는 것이 화가 났던 것 같았다.

딸의 말을 들으면 60대의 윗집 아저씨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것이 딸로 하여금 참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의 방문에 윗집 어른들은 처음에는 경계를 하며 내 딸의 과한 행동을 들춰 내려는 듯하였다.

나는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내 나이보다 조금은 젊어 보이는 아기 할머니 손을 잡으며, “ . 그동안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미안 합니다. 우리 딸이 예민한 성격 이긴 합니다. 나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내 생각에는 서로의 감정만 앞세우느라고 대화가 없었던 것 같아서 제가 부탁드리려고 올라왔습니다.

“내가 왔었다는 말은 딸에게 하지 마시고 아기 할머니 생각인 것처럼 딸에게 사과 한마디 해 주세요.

 아기가 뛰지 않았다던가 의자를 끌지 않았는데,라고 말하면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신병자로 취급 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파트가 오래돼서 인지 내 귀에도 아기 뛰는 소리 나 의자 끄는 소리 들립니다.”

들리지만 나는 아기들은 뛰여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나도 때때로 의자 끌기도 하니까 이해하지만 딸은 감정이 꼬인 상태라서 참지 않기에 더 크게 들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양쪽 집안이 지옥으로 살게 된 것은 감정 문제니까 “미안하다고 사과 한마디만 해 주세요”

그렇게 해 주시면 제 딸은 제가 진정시키겠습니다”.

나의 진심을 읽었는지 한결 편해 보였다.

윗집 어른들도 1년 동안의 고통이 컸는지 내 말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내가 집에 들어가서 딸의 상황을 보고 문자를 보낼 테니 그때 오라고 했다.

“10분쯤 뒤에 오세요”라는 문자를 띄우고 나는 일부러 배란다 정리를 하는 척 자리를 떴다. .

위 층 어른을 보고 딸의 얼굴이 굳었고 불쾌한 표정이었다.

내 가슴은 콩닥였지만 처음부터 내가 끼어들면 역 효과가 날까 봐  베란다에서 괜히 서성거리다가  필요 없는 바구니 하나를 들고 나왔다.

아기 할머니는 나하고 했던 약속대로 “미안해요, 앞으로는 더 신경 써서 조심 시킬깨요.

“우리 할아버지가 몸이 아파서 신경질을 자주 부려서 그랬어요,

두꺼운 매트도 깔고 실내화도 신을 테니까 마음 풀어줘요”하며 진심이 보이는 사과를 하셨다.

 사과가 통했는지 하회탈처럼 일그러졌던 딸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지는 걸 보고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이렇게 대화를 하면 될걸, 1년 동안 고통스럽게 살았니? 너도 어르신께 사과드려야지. ,,

윗집 어르신과 우리 모녀는 약간은 김이 빠진 사이다처럼 웃었다.

의미 없는 웃음을 보이며 딸의 얼굴을 보니, 예뻤던 모습이  망가진 것이 딸도 엄마와의 갈등과 윗집과의 갈등 속에서 힘들어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파트 소음 갈등은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더 커지고 그로 인해 서로가 상처가 되고 갈등이 커지는 것 같다

입은 밥 먹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말을 할 때가 빛이 날 것 같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짧은 말이지만, 이렇게  한마디만 주고받았더라면 윗집이나 우리 딸의 길고 긴 전쟁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분노로 까칠해진 딸의 얼굴을 보는 내 가슴이 소금 산 같았다.